[에듀테크 2023] "교육의 디지털 전환, 기업 육성·시장 경쟁 밑바탕되어야"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의 교육 분야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정부도 나섰다. 교육개혁 3대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교육’을 선정했다. 그간 사교육의 전유물로 여겨진 ‘에듀테크’는 이제 공교육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게 됐다. ‘에듀테크 2023’ 시리즈 기획을 통해 에듀테크 산업의 현주소와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육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결국 기술을 가진 건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에듀테크 기업의 성장이 없으면 교육의 디지털 전환도 어려울 겁니다."
어쩌면 교육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도가 늦게 찾아온 분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팬데믹을 계기로 여러 나라가 ‘디지털 교육’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상황에, 한국은 뒤늦게 시동을 걸었다. 당장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까지 2년도 남지 않았다. 정부도 팔을 걷었다. 에듀테크 기업이 필요하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국내 에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도 힘쓴다는 설명이다
한국디지털교육협회는 2001년 설립된 교육부 소관 기관이다. 국내외 에듀테크 활용 촉진을 비롯해 디지털 교육 세계화, 교사 역량 강화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에듀테크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한 후 다양한 정책과 제도, 사업 방안도 수립할 방침이다.
‘디지털 교육 전문’ 플랫폼 기업 생겨야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교사의 역할 변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이형세 협회장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학생 코칭이나 멘토링을 하는 등 ‘러닝 파트너(Learning Partner)’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교사의 교육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또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활용을 못 하면 쓸모없다"며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차이가 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교원 연수 시장이 현재의 시도교육청 중심에서 민간 기업으로 넘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기업에게 그 역할을 부여해야, ‘교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까지 포함하는 전문적인 교원 연수기관이 많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형세 협회장은 이어 ‘에듀테크 전문 플랫폼 기업 육성’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교육계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후에도 AI 디지털 교과서는 꾸준히 개발과 업데이트돼야 하며,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도 주기적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 기업이 없으면, 디지털 교육은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디지털 교육 정책이 기업의 배를 불려 결국 사교육 시장만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오히려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형세 협회장은 "그동안 에듀테크 기업이 사교육 시장에 집중돼 있었던 것은 사교육에만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며 "사교육에서 사용하던 기술이 학교로 들어오면 공교육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형세 협회장은 AI와 같은 최신 유행 기술 학습에만 집중하는 쏠림 현상도 지적하며, "학교와 학원의 역할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는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시민성이나 사회성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도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창의성·비판적 사고력·인성·협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역설적으로 교육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형세 협회장은 정부가 플레이어(Player)보다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교육을 주도하는 순간, 에듀테크 기업의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 에듀테크 산업은 상당 수준 올라와 있지만, 시장이 없으니 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력이 좋아지는 것인데, 사용할 시장이 없으니 기업 역시 성장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률과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CT) 수준에도 불구하고, 매출 100억이 넘는 교육 기업이 10개도 안 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형세 협회장은 에듀테크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공교육 시장이 개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에듀테크 시장이 공교육으로 확대되면, 기술이 더 체계화될 능력과 역량을 갖춘 기업이 많다"며 "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에듀테크가 공교육 현장에 들어오기에 가장 적합한 시작으로 ‘방과후 학교’를 꼽았다. 방과후 학교는 수요자 부담이지만, 저렴한 수업료로 학습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방과후 학교라는 기회가 열리면 에듀테크 기업은 기술과 서비스를 공교육 현장에 접목할 수 있어 좋고,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어 좋다"며 학교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형세 협회장은 "에듀테크 기업을 키우는 것이 우리나라 디지털 전환 성공의 요체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단순히 에듀테크 기술을 공교육에 도입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 경쟁력도 키우면, 국가의 경쟁력도 함께 강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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