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상이 된 이후의 교육,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지난 1년, AI는 어김없이 우리 사회를 다음 장으로 이끌었다.
전례 없는 기능과 사용자 확대로 놀라움을 안기던 생성형 AI 서비스는 확산과 실험의 국면을 지나, 이제 일상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 구독료는 ‘디지털 월세’라는 이름의 생활비이자 고정비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옅어진 놀라움과 긴장감은 AI 에이전트, 피지컬 AI, 바이브 코딩과 같은 새로운 키워드로 이동하며 다시 점화됐다. AI가 사회 전반에 스며든 상태에서 시작된 지난 1년의 변화는, 디지털 전환이나 AX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국면을 지나 그 이후로 나아가고 있다. 기술은 교육계의 목전에서 가차 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에듀테크, ‘진일보’라는 말로는 부족한 1년
지난 1년간 에듀테크의 변화 역시 ‘진일보’라는 말로는 간단히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맥락이 깊고 첨예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는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조정되었고, 학교 현장에서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며 불거진 윤리 문제와 저작권, 기계학습 데이터의 권리 문제는 교육을 넘어 사회 전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챗GPT와 제미나이, 이미지 생성 AI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은 기술의 가능성만큼이나, 우리가 어떤 기준과 책임 위에서 이를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AI에 대한 기대와 반감이 빠르게 교차한 한 해였다.
지금, 공교육과 AI의 좌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교육은 또 한 번 중요한 선택을 했다.
열한 개 시·도교육청이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맞춤형 교수·학습 플랫폼(AIEP)이 지난해 12월 말 정식 출범했다. 각 교육청이 플랫폼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공교육 차원에서 AI 기반 학습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구축·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AI는 더 이상 공교육 안에서 실험적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인프라의 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 선택은 여러 질문을 동반한다. 플랫폼의 핵심 기능을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 국내 에듀테크 생태계와의 관계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 학습 데이터의 관리와 활용에 관한 원칙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민간이 축적해 온 전문성과 역량을 공공은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가.
공공이 책임져야 할 역할의 정의는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하는가.
산업계의 한 축에 몸담고 있고, 디지털 교육 생태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 질문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공교육이 AI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곧, 우리 사회가 기술 산업과 공공성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선언이기 때문이다.
정책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정책의 흐름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2025년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인공지능인재지원국을 신설하며 AI를 학교 교육을 넘어 평생교육의 핵심 과제로 끌어올렸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역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을 통해 AI를 국가적 사회 인프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관련 정책 자금과 공공투자의 규모 또한 상당하다.
공적 자금의 사용처와 규모는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어디까지 증폭시키고자 하는지를 보여준다.
AI에 대한 접근과 활용은 점차 국가와 교육이 책임져야 할 시민의 기본권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 교육 현장에 필요한 질문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이미 첫 번째 단계를 지나왔다.
AI 디지털교과서 연수, 디지털 선도학교와 선도교원 등 다양한 정책 아래에서 많은 교사들이
생성형 AI를 수업과 평가, 업무와 자료 제작에 활용해 보았다.
이제 이어지는 과제는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가깝다.
교사를 위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시대에 교사의 전문성은 도구 숙련이 아니라,
교육적 판단과 윤리적 감각, 데이터에 대한 이해, 즉 AI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쉬운 설명이 아니라, 더 진지한 성찰이다.
AI를 둘러싼 정책과 기술, 산업과 현장을 연결해 읽어낼 수 있는 관점과 교양,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AI Insight가 다루고자 하는 것
이 글은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의 활용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AI가 교육에 들어온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유보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과 책임 위에서 판단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기 위한 하나의 문제 제기다.
AI를 둘러싼 기술의 속도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교육의 속도.
그 간극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질문 앞에서, 이 공간이 교육 현장과 산업, 정책을 차분히 연결하는 사유의 지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좌표를 점검하고, 다음 선택을 준비하기 위한
정직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