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며 학교 현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학습 데이터 활용,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기준, AI 에이전트의 평가 개입 등
다양한 이슈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기술의 가능성과 제도의 한계가 교차하는 지금,
공교육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2026년, AI 디지털 교육이 마주한 핵심 과제들을 짚어본다.
박기현테크빌교육 에듀테크부문 대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기준
2025년 8월 의결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교과용 도서로 인정하지 않고, 교육 자료로 활용할 경우 별도의 절차를 따르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학교장은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선정할 때 교육부 장관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한 기준을 준수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즉, 교사나 학교의 자율적 선택이 아닌 공적 기준과 심의 절차가 필수화된 것이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 기준을 마련 중이며, 이는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 자료를 선정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 해당 기준은 최소한의 필수 기준과 선택 기준으로 구성된다. 필수 기준에는 개인정보 처리 여부, 최소 수집 원칙, 목적·보유·파기 기준, 열람 및 정정 절차,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보호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선택 기준으로는 교육과정 적합성, 콘텐츠 품질과 안정성, 사용환경 적합성, 사용성 및 편의성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설계 과정에는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우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CSAP, ISMS-P 등 보안 인증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데, 해당 인증은 취득 기간이 6~10개월에 이르고 비용 또한 수천만 원 수준으로, 중소 에듀테크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산업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생태계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학교에서 널리 사용되는 외국산 서비스는 이러한 인증 요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또한 무료 소프트웨어에도 동일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교사들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현실에서 모든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심의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무적 문제도 존재한다. 더불어 학교운영위원회가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평가할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결국 학습지원 소프트웨어에 대한 엄격한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동시에 AI 디지털 교육 산업의 혁신과 생태계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지원 방안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의 AI 에이전트의 활용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수업 자료 제작, 행정 업무 지원, 학습 기록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에이전트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새로운 문제도 함께 드러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학생생활기록부 작성은 가장 대표적인 논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진로와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교사에게는 높은 시간적·정서적 부담을 요구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AI 활용에 대한 수요가 크다.
하지만 제도와 현장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2026년 1월 시행되는 「인공지능 기본법」은 학생 평가를 학습권과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보고 ‘고영향 AI’로 분류하고 있어, 생활기록부 작성이나 수행·진단평가에 AI가 개입하는 경우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교사의 ‘최종 검토’를 전제로 일부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이 검토의 범위와 수준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단순한 문장 수정이 최종 검토로 인정되는지, 또는 평가 판단 전반을 교사가 다시 해석하고 책임지는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부재하다. 또한 AI 생성 결과의 활용 범위, 오류나 편향 발생 시 책임 주체 역시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생활기록부 작성에서의 AI 활용은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인 동시에, 학생 평가라는 민감한 영역에 AI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법적·윤리적·교육적 쟁점을 동반한다. 이에 따라 ‘고영향 AI’ 개념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원칙을 넘어,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학습 데이터 거버넌스의 현황과 과제
디지털 기반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의 학습 이력, 성취도, 행동 로그, 과제 수행 기록과 교사의 수업 설계, 피드백, 평가 기준까지 다양한 학습 데이터가 생성·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AI 튜터, 학습 분석, 맞춤형 추천 서비스의 핵심 자원이 되고 있지만, 현재 수집·활용·관리 체계는 학교, 플랫폼, 기업 단위로 분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합적으로 조율할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는 아직 명확히 구축되지 않았다. 데이터 3법과 인공지능 기본법이 원칙적 틀을 마련했지만, 교육 분야에 적용할 구체적 기준은 부족한 상황이다.
학습 데이터 수집 양상도 공교육과 민간 영역 간 차이가 크다. 민간 에듀테크 서비스에서는 정오답, 반응 시간, 학습 패턴 등 미시적 데이터가 정교하게 축적되는 반면,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환경과 업무 부담 등의 제약으로 데이터가 제한적이고 산발적으로 수집된다. 또한 플랫폼별로 데이터가 분절되어 축적과 표준화, 정책 및 수업 개선으로의 환류가 어려운 구조다.
학습 데이터는 개인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다양한 정보의 결합을 통해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성취 수준, 인지 특성, 정서 상태 등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될 수 있어 일반 개인정보보다 높은 수준의 보호가 요구된다. 현행 법체계상 관리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으나, 실제로는 교육부·교육청·민간 플랫폼이 관여하는 다층 구조로 운영되며,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 문제도 존재한다.
특히 초·중·고 단계에서는 데이터 유출이나 오·남용이 학생의 진로와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사회적 수용성이 중요한 과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단순한 법적 적합성을 넘어, 최소 수집, 목적 제한, 보유 기간 관리, 설명 책임 등 제도적·기술적 안전장치를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습 데이터 활용은 전면적 확대보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자율성과 경험이 축적된 대학을 중심으로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을 실증한 뒤, 이를 바탕으로 K-12에 적합한 기준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교육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교육 주체, 산업계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수집 기준, 가명정보 활용, 표준화, 권리 보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학습 데이터는 학생의 성장 기록이자 교사의 전문성이 축적된 공공자산이다. 수집은 최소화하되 신뢰 속에서 이루어지고, 활용은 공익과 혁신을 위해 통제된 방식으로 개방되며, 관리의 중심에는 학생과 교사의 권리가 놓여야 한다. 이를 통해 공교육은 신뢰 기반의 AI 디지털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